제주대 이영돈 교수팀 완전 양식 성공 후 영어조합서 1.5㎏ 상품 출하
中·동남아서 인기…기후변화 대응·소득 증대 양식품종 기대
'Good bye 붉은 #무늬바리 sorry and thank you'
지난 4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이 같은 게시글이 화제가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SNS 캡처]
현재는 삭제됐지만, 당시 이 게시글에 함께 올라온 사진은 다소 생소한 '붉바리' 요리였다.
붉바리는 지난해 방영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2'에 등장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회 한 점에 1만원이나 한다는 놀라운 몸값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붉바리는 대체 어떤 생선이기에 대기업 부회장의 식탁에 오르고, 비싼 몸값을 자랑할까.
붉바리는 다금바리와 자바리·능성어와 함께 '바리류'에 속하는 아열대성 어종이다. 온몸에 붉은 점이 가득해 홍반(紅班)으로도 불린다.
특히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 덕에 횟감으로 널리 사랑받지만, 그 수가 매우 적어 '바다의 황제'란 별명이 붙는다.
이로 인해 1㎏당 가격이 12만원이나 한다. 제주시 내 횟집에서 먹으려면 ㎏당 최소 22만원은 줘야 한다. 가격은 1㎏당 17만원에서 22만원인 다금바리와 견줘볼 만하지만, 사실 자연산은 구경하기 쉽지 않아 예약하지 않으면 만나보기 힘들어 다금바리보다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다.
양식의 경우 횟집에서 자연산보다 3분의 1에서, 많게는 절반가량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과거 붉바리는 제주 연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어종이었다. 하지만 수온 상승으로 북방한계선이 남해안지역으로 북상하면서 현재는 씨가 말라 평생 한 번 구경하기도 힘든 생선이 됐다.
실제 붉바리는 최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적색목록 '멸종위기' 등급으로 분류될 정도로 자원이 급감하고 있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붉바리 수정란과 종자를 연중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제주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돼 대중화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수조에서 헤엄치는 붉바리
지난 17일 제주시 조천읍 해안에 자리한 제주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를 찾았다.
이곳에 자리 잡은 제주양식어류번식육종평가센터(이하 센터)와 제주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인 어업회사법인 씨알㈜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골든 씨드(Golden Seed)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붉바리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다.
골든 씨드 프로젝트는 해양수산부가 금보다 비싼 수출전략형 종자를 개발해 글로벌 종자 강국 실현을 목표로 해 온 사업이다.
센터와 씨알이 추진해온 프로젝트 과제명은 '붉바리 우량종자 개발과 국내외 산업화'로 이영돈 센터장이 총괄 책임을 맡았다.
연구원 어류사육동에 들어서니 쉴새 없이 '우∼웅'하는 전동기 소리와 함께 수조에서 붉바리가 쉴 새 없이 헤엄치고 있었다.
사실 붉바리는 종묘 생산을 위한 알의 채집이 쉽지 않다.
붉바리는 모든 개체가 암컷으로 태어난다. 생후 3년 정도가 지나 짝짓기를 통해 알을 낳고서야 암컷 중 일부가 수컷으로 성전환하는 특징을 갖는다.
이로 인해 수정란을 확보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 수컷을 구분하기도,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치어의 입 크기가 다른 어류와 비교했을 때 매우 작아 입 크기에 알맞은 먹이를 공급하기 쉽지 않아 종묘 생산에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이영돈 센터장 연구팀은 각고의 노력 끝에 수정란 대량생산은 물론, 양식에도 성공했다.
먼저 연구팀은 붉바리마다 개체 관리를 위한 칩을 부착해 성전환 여부를 확인했다.
붉바리 치어
또 여름철인 붉바리의 산란기를 인위적인 환경조절을 통해 비 산란기인 겨울철에도 인공수정란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붉바리 번식 연령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수정률과 부화율을 각각 95%와 90%까지 높여 번식육종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영돈 센터장은 "인공수정란 생산기술 개발로 1년에 한 번 산란하는 붉바리가 1년에 2번 이상 산란이 가능해져 수정란 확보와 종묘 생산 기회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매우 작은 사이즈라 어류 치어 사육의 초기 먹이 생물로 사용되는 로티퍼를 더욱 작게 만들어 붉바리 치어의 입 크기에 안성맞춤인 먹이도 개발해냈다.
결국 연구팀은 2015년 국내 최초로 붉바리 수정란 대량생산에 성공한 데 이어 2017년 수정란으로 태어난 붉바리가 어미로 자라 다시 치어를 생산해내는 '완전 양식'에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같은 해 한발 더 나아가 종자 10만 마리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연구팀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해외에 수출한 붉바리 종자만 95만 달러(한화 약 10억7천530만원)다. 국내에도 3억7천만원가량이 판매됐다.
연구팀은 2018년 세계 최초로 붉바리 사양관리 시스템에 대한 글로벌 갭(GlobalG.A.P.) 인증도 획득했다. 글로벌 갭은 전 세계 주요 유통업자가 연합해 만든 국제 우수 농수산물 관리 기준으로, 독일에 본부를 두고 있다.
여기에 2019년에는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있는 행복나눔영어조합법인은 붉바리 치어 3만마리 중 7천마리를 상품성을 갖는 1.5㎏까지 사육해 처음 출하하기도 했다.
붉바리 설명하는 이영돈 센터장
붉바리는 아열대 어종으로 수온을 24∼26도로 유지해줘야 하고 성장 기간이 길어 양식하는 데 까다롭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이 화력발전소의 온배수를 이용해 양식장에서 고수온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본격적인 붉바리 양식이 시작된 것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최근 사계절 16∼18도를 유지하는 용암해수를 열원으로 이용하는 히트펌프 사육시스템을 구축해 에너지 비용을 절약하면서 붉바리를 양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붉바리의 영어 이름은 'Hong kong Grouper'일 만큼, 중국과 홍콩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붉바리는 홍콩 달러로 1㎏당 1천 달러(한화 약 14만5천원)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수출에 따른 양식어가 소득증대도 기대된다.
아울러 붉바리는 고수온에 견디는 능력이 뛰어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양식품종으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인공수정란 3만㏄를 무상 분양했다. 500㏄당 수정란 100만개 들어있음을 생각하면 수정란 6천만개를 생산한 셈이 된다.
무상 분양받은 기업은 현재까지 붉바리 종자 약 200만미를 생산해냈다.
이와 함께 2019년부터 올해까지 붉바리 치어 4만8천마리를 제주시 조천읍 함덕과 북촌 바다에 방류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그동안 붉바리 대중화 사업을 수출주도형으로 추진했다면 앞으로는 국내 양식기반 사업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며 "넙치 일변도인 양식 어종의 다변화를 꾀하고, 제주 연안에 붉바리 치어 방류 사업도 꾸준히 진행, 자원 회복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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